江華史探

원형을 많이 간직한 얼짱돈대 - 후애돈(後崖墩)

초록잉크 2020. 2. 23. 21:24

돈대界의 얼짱 후애돈(後崖墩)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에 있는 후애돈(後崖墩)은 강화 52개 돈대 중에서 아주 잘 생긴 돈대이며 양사면에 있는 작성돈과 함께 돈대의 원형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돈대이다.

원래 명칭은 길상후애돈(吉祥後崖墩)인데 초기에 좀 쓰다가 긴게 불편하니까 줄여서 후애돈이 됐다. '길상산 뒤쪽 언덕'이란 뜻인데 이곳 동네 이름도 '산뒤마을'이잖은가.. 이 마을 어른들의 거짓말(?) 지혜가 후애돈을 이만큼 보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 돈대는 우리마을의 수호신이다! 이걸 조금이라도 훼손하는 자에게는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다!!!"

체성(體城)위에 여장(女牆)까지 제대로 갖춰진 돈대가 드문데 후애돈은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동막 옆에 있는 미곶돈과 함께 오리지날 여장이 일부 남아있던 유이무삼(唯二無三)한 돈대이다. 최근 복원하는 돈대들은 왜 여장을 생략하는지 알 수가 없다..여장 없는 城은 고무줄 없는 빤슨데...!!!

돈대다운 돈대를 보고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후애돈을 보여주면 된다. 돈대의 모범답안같은 정사각형의 완벽감과 절제미가 넓은 남쪽바다로 이어지는 전망과 어우러져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거기다가 어느 돈대보다도 많이 남아있는 오리지널이 아름답다.

현대의 석공들이 기계적으로 복원해 놓은 돈대들을 보고 있자면 뭔가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는데 후애돈은 편안하다. 전면과 옆면은 좋은 돌로 단단하게 쌓았고, 데미지에 노출될 일이 없을 북쪽 후면은 찌끄레기 돌로 얼기설기 쌓은 것에서도 사역나온 어영청(御營廳) 병사들의 애환이 피부로 전달되는 듯 하다. 1998년에 복원해 놓은 일부 여장의 퇴락은 조금 아쉽다.

평점이 우수한 후애돈이지만 풀세트를 완비하기 위해서는 몇가지가 더 필요하다. 첫째는 돈대 완공 3년째(1682년)부터 짓기 시작한 5칸짜리 돈사(墩舍)를 돈대 내에다 복원해야 한다. 3칸은 무기고이고 2칸은 내무반이다. 상식적이고도 당연한 이 돈사에까지 아직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는게 아쉽고.. 둘째는 문이 있으니 문짝이 있어야겠다. 셋째.. 돈대에서만 볼 수 있는, 성벽에 뚫어놓은 포혈(砲穴)이 있는데 이 안쪽 포좌(砲座)에 당시 사용했던 불랑기포 4호 , 5호를 모형으로라도 만들어 거치해 놔야한다. 그럼 거의 완벽한 조선 숙종시대 1717년으로 돌아가볼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딱 300년 前인..

墩臺界의 최고 미남 후애돈과의 데이트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저녁 무렵.. 가릉언 위를 달리다가 마침 붉다못해 샛노란 불덩이가 바닷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일몰의 그 장엄한 순간을 목도하였다. 운수 좋은 날...^^

굴암돈..건평돈..망양돈..삼암돈..석각돈..계룡돈을 스쳐 지나 망월벌판 한 가운데쯤 들어오니 주위가 어둑 어둑해진다. 종이학 교회 앞에쯤 왔을 때 동쪽하늘을 보다 깜짝 놀랐다. 세상에 이렇게 크고 둥글고 밝은 천체는 태양 말고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저 시루미산 위로 백옥반(白玉盤)같은 수퍼문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보름달을 望月이라고 하는데 그 망월을 망월에서 보니 그야말로 望月이 아니겠는가? 운수대통인 날이다..^^

2017년 1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