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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자 형태의 별효사청 東營의 모습

중세 유럽에 백마 탄 기사(騎士 Knight)가 있었다면 조선에는 제주 산 공골마(公骨馬)를 탄 효사(驍士)가 있었다. 별효사(別驍士)는 날랠 驍자에 Special의 의미를 가진 別자가 붙은 명칭의 기마병종으로  정조대왕 때 생겨 19세기 말까지 존재했던 특수부대원이다. 

파총이 지휘하는 사(司)나 천총이 지휘하는 부(部)에 소속되지 않고 더 상급부대인 영(營)에 소속된 직할부대로, 중군이 지휘하는 강화 진무영에도 201명이 편제되었던 요즘의 특수기동대(特殊機動隊)라고 보면 되겠다. 별효사는 매년 무사선발시험인 도시(都試)를 통해 선발되는데 급료를 받는 직업군인으로 지금의 부사관 정도의 신분이 되겠다.

1876년(고종13년)에 찍힌 강화읍 성내(城內) 사진의 별효사청 東營은 특이하게 건물들을 사각형으로 배치했는데 강화도 전통 초가인 또아리집의 컵셉을 적용하여 막사와 마굿간, 사료창고 등이 효율적인 동선을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출입문만 잘 막으면 사방으로 방어가 용이한 작은 요새가 된다.

사진에서 보듯 인가가 드문 외딴 지역이었으니 마굿간 악취로부터 주민을 배려하고 별효사들이 군사훈련하기도 편리한 장소임을 또한 알 수 있겠다. 견자산 일대에 울려 퍼졌을 말발굽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듯 한데  저기가 최근까지 강화군청 관사 자리였으니 혹시 관사를 지을 때나 철거 때, 땅속에서  말편자라도 몇 개 나왔는지 모르겠다. .

이제 조총으로 무장한 강화 진무영 별효사가 공골마를 타고 강화유수부 성내를 순찰하는 모습을 살펴보자. 머리에는 짐승의 털로 만들어 가볍고 충격 흡수력이 좋은 전립(戰笠)을 쓰고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군모로 속칭 벙거지라고도 한다. 추운 겨울이라 방한장비를 갖췄고 방탄조끼인 지포엄심갑(紙布掩心甲)을 착용했다.

한지와 무명, 베를 겹쳐서 만드는 이 엄심갑(掩心甲)은 만들기 쉽고 비용이 싸게 먹혀 일반 병사들이 애용했는데, 강화 별효사는 철판이 보강된 철엄심갑(鐵掩心甲)을 착용하여 칼이나 창의 베기, 찌르기는 물론 화살이나 화승총 탄환까지도 방어를 했을 것이다.

주무장은 조총이고 부무장으로 환도를 차고 있으며 예비무장으로 각궁(角弓)도 소지하고 있다. 허리에는 죽관을 넣은 띠를 둘렀는데 죽관(竹管)은 조총 1회 발사분의 화약을 넣어둔 대나무통이다. 조총의 장전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시키려는 조치인데 아주 원시형태의 탄피라고 볼 수 있다.

 

19세기 강화유수부 城內의 모습 (1876년, 河田記一)

조선시대 후기 강화땅을 지켰던 특수기동대원 별효사를 재현하면서 당시를 살아간 우리들의 5대조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중첩됨은 지금의 존재에 대한 본능적 반작용이리라.. 맨 위 사진, 별효사가 들고있는 조총의 개머리판 밑을 보면 기다란 건물이 보이는데 여기는 별효사청 별영(別營) 이고 현 강화경찰서 자리이다. 지금은 여기서 오토바이를 탄 기동순찰대가 나오고 있으니 136년의 시차를 뛰어넘는 데자뷰에 빠져듦은 나만이 느끼는 감정일까...



 '경기병 서곡'은 오스트리아의 F.주페가 위 사진과 같은 시대인 1866년에 작곡한 행진곡이다. 경기병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암시하는 트럼펫과 호른 소리를 들으니 데자뷰의 마법도 서서히 풀려간다. 조선의 별효사와 유럽의 경기병(輕騎兵)은 지구 반대편에서 각자 다른 이름으로 존재했지만  같은 시대에 같은 모습을 했던 용감한 기마병이었음을 이 음악은 들려 준다.    

201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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