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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6월에 행주(幸州) 부근에서 찍혔다는 설명이 붙은 이 사진은 625전쟁 때의 사진 중에서도 아주 유명한 사진이다.  탱크와 아기를 업은 소녀의 대비는 전쟁의 잔혹함이나 공포감, 위태로움을 시각적으로 잘 전달하고 있는데 사진을 자세히 보면 이 전차는 지금 포탑을 뒤로 돌려놓고 휴식 중이거나 고장나서 정지해 있는 상태로 보인다. 포탑이 차체 앞쪽으로 치우쳐 있는 이 미군 M46 패튼전차는 장시간 움직이지 않을 때는 사진처럼 포신을 뒤로 돌려 받침대로 고정시켜 놓는데 오히려 이 자세가 훨씬 균형 잡히고 안정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이 사진을 찍은 미해군 R.V.Spencer 소령 본인은 1950년 12월 평안남도에서 찍었다고 기억하고 있는 사진인데  자료마다 1951년 6월 9일 행주에서 찍은 사진으로 나오는게 좀 미스테리하다. 50년 12월이면 우리가 압록강까지 밀고 올라갔다가 중공군 개입으로 다시 밀려 내려오던 시기이고, 51년 6월이면 중공군 2차 춘계공세를 막아내고 철의 삼각지대를 중심으로 괴뢰군과 오랑캐들에게 심한 압박과 타격을 가하던 시기이다. 그리고 바로 휴전회담이 개성에서 시작된다.

진짜 촬영시기는 언제일까...필자는 촬영자의 기억에 남아있는 50년 12월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사진의 소녀가 남동생을 업을 때 두른 누비 포대기가 추운 날씨임을 말해준다. 더운 6월이었다면  x자로 묶은 광목 띠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겠는가.. 또하나 저 소녀가 살아있다면 지금쯤 80대 중반이고 업힌 남동생은 70대 중반 쯤 됐을 텐데  '6·25전쟁 진실알리기 운동본부'에서 오래 전부터 이 분들을 애써 찾았지만 나타나지 않았던 걸 보면 평안남도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사진은 전쟁터에서 어린 동생을 업고있는 소녀가 주인공이지만 뒤에 배경으로 찍힌 M46 패튼전차에도 눈이 간다. 미군 M46 패튼전차는 2차세계대전 말기에 제작되어 유럽전선에 투입되었던 신형 탱크 M26 퍼싱전차의 개량,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1950년 한국에서 전쟁이 터지자 2차세계대전에서 활약했던 M4 셔먼전차와 M26 퍼싱전차 그리고 막 출고된 이 M46 패튼전차가 한반도에 투입되었다.  

M46 패튼전차의 앞모습

 

M46 패튼전차의 뒷모습, 포탑을 뒤로 돌려 놓았다.

중량 44톤에 90미리 포를 장비하고 승무원 5명이 탑승하는 이 중전차는 원판인 M26 퍼싱과 함께 소련제 T34 탱크 킬러로 이름을 떨친다. 2차대전 때 독일을 상대로 최고의 할약을 펼치고 625 남침의 북한군 선봉으로 다시 나타난 T34 전차는 전쟁 초기에 위력적이었으나 나중에는 패튼전차의 밥이 된다. 

절체절명의 순간 우리를 구해준 M46 패튼전차는 곧바로 나온 신형 M47, M48 패튼전차에 자리를 내어주고 일찍 퇴역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인 실전무대에서 한국을 공산세력으로부터 지켜준 전차로 발자국을 남겨 놓는다. 

M46의 패튼전차라는 명칭은 2차세계대전에서 기갑전의 명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조지 패튼장군을 기리고자 붙여졌으며 이후 패튼전차 시리즈는 냉전의 심화와 함께 M47, M48, M60 전차로 이어졌다. 

국군 1사단장 백선엽 장군이 평양진격 당시 미군 장교와 작전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군 제1사단 11연대 전투공병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필자 부친의 무용담 중에 M - 46 패튼전차 때문에 죽을 뻔 했지만 결국 사지에서 살아 나온 일화를 마지막으로 소개해 본다. 

낙동강 방어전에서 가장 치열했던 다부동 전투를 승리하고 인천상륙작전 이후 북진을 거듭할 때 전투공병이었던 부친은 미군 탱크부대에 지뢰탐지병으로 파견된다. 

도로를 질주하는 전차의 포탑 앞에 앉아서 육안으로 도로에 대전차지뢰가 매설되어 있는지 살피는 일을 수행해야 했는데 의심스런 곳에서 인간 지뢰탐지기가 한 손을 번쩍 들면 이 신호를 감지한 전차 운전병은 전속력으로 달리다가도 포신이 땅에 닿을 정도로 급정거를 했다고 한다.. 

외부에 완전히 노출된 위험한 상태로 청천강까지 진격했는데 여기서 중공군과 맞닥뜨리게 된다. 중공군 개입 초기에는 인해전술 포위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때라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었으나 아버지가 타고 있던 패튼전차가 방향을 남쪽으로 돌리더니 포위망을 뚫고 전속력으로 하루 밤낮을 달려 개성까지 내려오는 바람에 사지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M46 패튼전차가 새옹지마가 된 덕분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니 단명한 전차이지만 왠지 눈길이 한 번 더 가는 빛나는 기갑장비이다.

부친께서는, 다부동 전투 등에서 무공을 인정받아 빛나는 충무무공훈장을 가슴에 달고 1953년 이등중사(現 하사)로 전역하셨으며 89壽를 다하신 후 현재 대전현충원 수훈자 묘역에 모셔져 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목숨바쳐 나라를 지키신 호국 영령들에게 뜨거운 감사의 마음을 전해 올린다.    

 

이 동영상에는 다부동 전투를 준비하는 국군 제1사단의 모습과 미군 M26 퍼싱전차의 모습이 담겨 있다. (1950년 8월)                <올드튜브 영상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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